금가락지(金家樂地)팬션/김영택 화백 펜화기행

김영택화백펜화기행62- 화순 쌍봉사 삼층목탑을 보셨습니까?

청정남 2010. 12. 9. 15:37

 

(12월 9일 중앙일보 칼럼에 사진과 설명을 추가하였습니다.)

화순 쌍봉사 삼층목탑

중국을 ‘전탑(벽돌로 만든 탑)의 나라’라 하고,
일본을 ‘목탑의 나라’, 한국을 ‘석탑의 나라’라 합니다.
각국마다 탑을 만들기 좋은 재료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좋은 목재가 풍부한 일본에는 오래된 목탑이 51개나 된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는 목탑이 없었을까요?

세계 최대 목조건물인 일본 나라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전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류지(法隆寺) 5층탑을 세운 것이 우리 선조입니다.
그 기술로 높이 80m로 세계 최대인 황룡사 9층 대탑 등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전란 등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법주사 팔상전이 있으나 우리 본래의 탑과는 모양이 다릅니다.

우리 목탑의 원형이 살아있는 탑이 화순 쌍봉사(雙峰寺)에 있습니다.
저는 이 탑이 좋아서 자주 찾아갑니다.
산골길을 돌아 밭두렁 위로 삼층탑의 상륜부와 지붕이 보이면
얼마나 반가운지 가슴이 콩닥 거립니다.

대웅전으로 이용하던 목탑은 1984년 화재로 소실되어
보물 제 163호 타이틀을 반납 하였습니다.
1986년 복원 하면서 삼층 지붕을 사모지붕으로 만들고 상륜부를 올려 탑다워 졌습니다.
그 전에는 팔작지붕이었거든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도 있습니다.
국보 제57호로 통일신라 국사 였던 철감선사 도윤(798~886) 스님의 부도입니다.

펜화를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도 응하기 어렵던 차에
예술의 전당에서 펜화강좌를 마련하자고 하여 시간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전화 02) 580-1607~9로 연락 하세요.

* 예술의 전당 예술 아카데미 펜화입문과정은 국내 최초의 펜화강좌입니다.
2월 말부터 15주간(6월까지) 강의가 있습니다.
주로 고궁 등의 현장 학습과, 1박 2일 지방 산사 실기도 할 예정입니다.
수강료는 35만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정원이 25명 이어서 금방 마감 되리라 봅니다.
신문 연재에 매인 몸이라 강의 결정이 힘들었습니다.
2차 강좌가 계속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해외 취재 등으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찍은 삼층탑입이다
앞 담장은 500년이나 된 담장입니다.
손대지 않고 보존한 스님의 고운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절에 가면 새벽에 절을 돌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왜 실내가 좁은 건물인 탑을 대웅전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마 한국에서 가장 좁은 대웅전이 아닐까 봅니다.



1985년 대웅전에 불이 났을 때 한 농부가 밭에서 일을 하다 뛰어와
대웅전 안에 있던 불상 3구를 모두 업어서 구해냈습니다.
수백년 마른 목조 건물이니 불길이 얼마나 대단했겠습니까.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혼자서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호가 있었을 것입니다.
26년 밖에 안 된 일이 벌써 쌍봉사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1920년대 쌍봉사 그림입니다.
조선고적도보에 있는 사진을 참고로 그렸습니다.
절 마당이 온통 논과 밭 이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림이지요.
2층 지붕이 팔작지붕입니다.
목탑의 사모지붕을 대웅전으로 쓰려고 바꾼 것이 아닌 가 추측합니다.



대웅전 뒤에 무척 고급스러운 축대가 있습니다.
본래의 대웅전 자리로 봅니다.
1탑 1가람 형식의 절이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복원한 호성전입니다.
불사를 하는 건물이 아니라 임금의 위패를 모셨던 건물입니다.
현재는 철감선사와 조주선사의 영정을 모셨습니다.



10여년 전 그렸던 대웅전 펜화입니다.
요즈음 작품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극락전은 1985년 대웅전이 불에 탈 때 앞에 있던 나무가 화기를 가려주어
화재를 면한 건물입니다.
안에 뛰어난 솜씨로 만든 목각들이 있습니다.



쌍봉사 마당.
건물을 신축 하면서도 절대 대웅전 영역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
옛 분위기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법계사로 가신 전 주지 관해스님과 현 주지 영제 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철감선사 부도를 찾아가는 언덕길 옆으로 야생차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로 손꼽는 철감선사 부도입니다.
지대석,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 몸돌 , 지붕돌 등의 비례가 좋습니다.
조각도 매우 우수 합니다.



철감선사 부도의 몸돌과 지붕은 신라시대 목조건물의 모습을 돌로 만든 것입니다.
몸돌의 기둥이 배흘림기둥으로 배가 볼록해 보입니다.
지붕 막새기와에는 연꽃잎 8개를 조각해 놓았습니다.
손톱만한 면적에 세밀한 조각을 한 석공이 존경스럽습니다.



재작년에 그린 부도 복원도 입니다.
부도만 2번 그렸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있는 그대로 그렸고,
두번째는 깨진 부분을 복원 하여 그린 것입니다.
조각을 선명하게 그리기 위해 야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철감선사 부도를 좋아하는지 아시겠지요.



보물 제 170호 부도비.
좌측 발톱을 땅에 박고, 우측 발은 번쩍 들어
앞으로 나가려는 힘찬 거북의 모습이 대단합니다.
비신은 없어 졌습니다.
비석 머리 부분에 튀어나온 보주는 불꽃 형태로 하나가 없어 졌습니다만
두개가 남아있는 것도 무척 드문 것입니다.



이번 남도 기행에는 강한영 감독과 동행 하였습니다.
강감독은 1972년 제 첫 직장이었던 광고대행사 선진에 계셨던 분으로
광고 영화분야에서는 독보적 존재 였습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박노식씨가 출연한
CF는 아직도 기억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선우 엔터테인먼트의 회장으로
SICAF(서울 국제 만화에니메이션 패스티벌) 조직위원장입니다.
에니메이션 부분에서도 전설적 인물이지요.

도착한 날 저녁 강감독과 함께 주지 스님 방에서 차 대접을 받았습니다.



쌍봉사 주지 영제 스님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이 아끼는 능력있는 스님입니다.



말로만 듣던 ‘연꽃차’
눈과 입과 코가 모두 호사를 했습니다.
귀로는 스님의 좋은 말씀을 들었구요.
향이 죽여주더군요.
다음에 별도로 연꽃차를 만드는 과정의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주지실에 걸린 철감선사 부도 펜화.
여러해 전, 새로 부임을 한 주지 영제스님을 만났을 때
‘제가 김화백 펜입니다. 하셨습니다.
듣기 좋은 말씀이지요.



주지스님께 드린 선물



국내 절집 반찬 중 가장 맛있는 반찬 !!!
10가지가 넘는 쌍봉사 공양간의 반찬 종류와 맛에 강감독도 놀랐습니다.
이래서 제가 쌍봉사를 자주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송광사 방장 스님이 자주 찾아오시는 이유도 반찬 때문인지 모르고요 ㅋㅋㅋ.



공양주 보살의 음식 솜씨에 반했습니다.
특히 고추절임 맛에 반하여 온갖 아양을 다 떨었더니
한 봉지를 싸 주었습니다.
‘보살님 오래오래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쌍봉사가 좋아 절 앞에 이불재(耳佛齋) 라는 한옥을 짓고
글을 쓰는 불교 소설가 정찬주 작가의 마루에서 차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작가와는 13년전
상봉사 첫 취재 때 만나서 교분을 맺은 분입니다.
불교 소설에 최고 작가입니다.
소설로 쓴 법정 스님 책이 요즈음 대박이 나는 모양입니다.



이불재 사립문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참 멋있는 문입니다.
이불재에는 부인이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과 재래식 가마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