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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선...
어저께 모처럼 의 형제맺은 동생 둘이 사무실에 들렸습니다.
모처럼 셋이서 점심을 같이 먹고서 혼자서 보려고 생각한
워낭소리를 같이 보았습니다.
.이야기줄거리는..... 평생 농사만 지어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에게 시집온 이삼순 할머니....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소는 그냥 동물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다리이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기구이자,
무엇보다 가장 친한 친구 - 삶의 동반자입니다.
영화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의 평균 수명은 15년인데,...
이 소는 10살 정도에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시작해
벌써 30년이나 그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지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소만 살핀다며 불평을 늘어놓지만,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에도 새벽이면 일어나 소죽을 쑤어 먹이고, 소와 함께 들로 나가 소와 함께 일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의사는 소의 수명이 다했다며 일 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최종 선고를 내립니다.
영화 상영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워낭소리>는 아무런 내레이션이나 설명 없이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짐승의 동행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화면에 그려지는 영상은 너무 애닯고 쓸쓸하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할머니의 따뜻한 불평불만은 때때로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정사진을 찍는 할아버지에게 ‘웃어’하고 소리 지르는 장면은 한 마디로 압권이다)
<워낭소리>는 죽음을 눈앞에 둔 소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암울하다거나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어쩌면 죽음은 그저 일상의 한 자락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워낭소리>는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인간인 할아버지와 짐승인 소가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어렸을적에 머슴생활을 하셨다는 할아버지...
"아; 머리아파 머리아파" 고통스러워 하시면서 앙상하게 뼈만 남아보이는 신체의 일부분과 앙상한 소의 뒷 모습....
새벽부터 밤 늦도록 습관적으로 논과 들판에 나가서 일을 하셔야안심이 되시는 할아버지...
절뚝이며 걷는 할아버지와 비틀거리며 걷는 소의 걸음걸이도 비슷하고...
묵묵히 들판을 바라보는 눈길도 비슷하며,
심지어 조는 모습조차 비슷합니다.
30년 동안의 말 못하는 소와의 동행은 종의 차이를 뛰어 넘어 이토록이나 비슷한 이미지로 가꿔 놓았습니다.
소를 위한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도 참 정겹습니다.
거의 말이 없으시고 귀가 먹은 할아버지는 농약 때문에 소가 죽을 까봐 논과 밭에 농약 한 번 쓰지 않았고,
젊은 소의 행패에 가슴 아파 합니다.
일을 하다가도 시간만 되면 기어 기어 풀을 베어 소를 먹입니다.
머리가 가려운지 배가 고픈지 소의 울음소리만으로도 알 정도로 둘의 교감은 두텁습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소의 마음도 여기저기 묻어납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산 소일지도 모를 녀석은
폭우로 우리가 무너졌는데도 할아버지 깰까봐
조용히 장맛비를 견뎌내고...
비틀거리면서도 할아버지의 자가용 역할을 묵묵히 감내해냅니다.
심지어 우시장에서 팔리는 신세가 되기 위해 나서는 길에서도 한 번 댓거리 없이 조용히 따라 나 섭니다.
굵은 눈물을 흘린 채...
이 장면이 <워낭소리>에서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입니다.
소의 눈물에 객석 여기저기선 조용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특히 중년이 넘은 아주머니들....
제가 가장 염려되는 건 소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가 혹시 잘못되시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할아버지와 소는 너무나 닮았습니다.
외모로도 닮았지만, 무엇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처지가 닮았습니다.
그리고 소(일반 대명사로서의 소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소)가 없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생존의 가치를 느끼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농사일은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천형이었죠.
그리고 그 천형을 해내기 위해 소는 꼭 필요한 존재이었습니다.
겨울을 나기위해 말없이 묵묵히 할아버지와 같이 나뭇짐을 지어나르고서 겨울이 닥치기전 어느날 갑자기 소는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소도 천 형이 다~끝난는지 할아버지 께서는 고삐를 자릅니다.
그것으로 소는 이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무거운 굴레를 벗어납니다.
밭 한 가운데다가 소의 무덤을 만들고 소를 묻고서 막걸리를 뿌리며 소의 가는길을 위로 합니다.
그런데, 이제 잡아먹기 위한 소가 있을 뿐 일하는 소는 찾을 수
조차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소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라고
입버릇처럼 되 뇌이신할아버지....
그래서일까. 죽기 직전에야 고삐를 풀게 된 소의 마지막 모습이 내내 가슴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소가 먼저죽으면 상주노릇 하겠다든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뿌리며 소를 묻어주고.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표정위에는
눈빨이 휘날립니다......
여느때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소를 잘못 만나서 자기만 힘들다고
투덜 거리시는 모습은 한국 어머니들의 자화상입니다.
추수를 끝내고 자식들에게 쌀을 택배로 부치려고 할아버지와 소가
힘들게 쌀을 싣고갈때는 불평 한마디없이
오히려 기쁨의 야릇한 미소가 흘립니다.
퍼주기 좋아하는 이웃의 할머니의 자화상이지요...
처음 장면의 봉화산 청량사의 절에서 소를 위한 위령제부터 시작하는 장면은 묵가적인 시골풍경을 접하고 자란 우리세대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광화문 흥국생명 지하에있는 씨네큐브에서 워낭소리 영화 관람은 소띠 인 저로서는 올해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비오는 오늘 하루도 행복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3월3일 화요일 사무실에서 쓰다...
- 장르 : 다큐멘터리
- 시간 : 78분
- 국가 : 한국
- 제작 : 스튜디오 느림보 / 배급 : 인디스토리
- 감독 : 이충렬
- 출연 : 최원균 / 이삼순
- 제작 : 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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